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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티에서 일한 지 이제 5년 차가 되어가지만, 여전히 올해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올해의 끝에 나는 어떤 모습일지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진저티를 찾아오는 프로젝트들은 이제 막 주목하기 시작해 참고할 레퍼런스가 없는 새로운 주제일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기보다는 늘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는 진저티만의 과정까지 더해지니, 일할 때는 마치 희뿌연 안개 속을 헤치면서 길을 내며 걷는 것 같아요. 넘어질까 두려울 때도 많고, 길을 낸다는 것 자체가 수고스럽기도 하지만 함께 발을 내디뎌주는 동료들이 있다면 이 과정도 ⛵️모험이 됩니다. 이 모험 속에서 누구를 만날지,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험이 끝난 후에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 알 수 없음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진저티에서의 일을 ‘재미있다’라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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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들기도 하지만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기도 하는 일은 역시 ‘책’이라는 물건을 만드는 일입니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이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느끼며, 세상에 발신할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단어들을 골라 문장을 만드는 일이 참 어려우면서도 즐겁습니다. 특히 이 결과물이 손에 잡히는 ‘책’이 되어 탄생한 모습을 볼 때, 그리고 그 책 속의 문장들이 단순히 검은색의 글자가 아니라 메시지가 되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었을 때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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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저티에서 일하는 진짜 이유는 동료들과 시시덕거리는 ‘쉬는 시간’ 같은 순간들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 따라하며 짖궂게 놀리거나, 웃긴 별명을 지어 주거나, 우리 안의 유행어을 만들거나요. 이제는 눈빛만 봐도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사이가 되어서 가볍게 대화를 하다가도 속 이야기가 길어 올려져 엉엉
울기도 하는 그런 순간들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