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현

진저티프로젝트 GingerTProject on Instagram: "진저티플의 도쿄큐레이션 06 [일상의 장면에서 발견한 대화의 열쇠] 📍아메요코 상점가 🖋️Curator: 승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경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의 모습입니다.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대화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인데요. 이번 스터디트립에서 그 욕구를 가장 확실하게 채운 곳은 일본 최대 재래시장, 우에노의 아메요코 상점가입니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큰 목소리로 해산물을 팔고 있는 점원, 저녁 찬거리를 고민하는 사람, 학교가 끝나고 옹기종기 모여 하교하는 학생들, 퇴근하고 함께 모여 맥주 한잔 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만났습니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면서도,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오고가는 대화의 사이사이를 걷다보니 내가 도쿄에 왔다는 것을 흠뻑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새롭고 맛있는 음식도 그 느낌에 단단히 한몫 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관찰하다보니 재밌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사람들의 리액션이 참 좋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본어를 몰라 무슨 대화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 사람이 말을 끝내자 마자 '오! 진짜?', '그랬구나~' 같은 리액션들이 참 많이 오고 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말하는 사람이라면 신나서 자꾸자꾸 이야기를 꺼냈을 것 같은 그런 반응들 말이죠. 일본에는 '아이즈치(あいづち)' 문화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대장장이가 철을 두드릴 때 스승과 제자가 번갈아가며 망치로 두드리는 모습에서 단어가 유래했다고 하는데요. 대화 중간중간 계속 맞장구를 치는 표현들로 대화를 주고받아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기울여듣고 있다는,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하나의 중요한 소통방식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좋은 질문을 하면 사람들이 잘 대답해 줄 거라고 생각해서, 어떻게 질문할 지 고민을 하곤 합니다. 저도 그동안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비슷한 고민들을 했는데요. 어떤 단어로, 어떤 타이밍에 이 질문을 던져야 사람들이 안전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지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가만히 지난 경험들을 돌아보니 대화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은 결정적이고 멋진 질문을 받았을 때라기 보다는 진심으로 상대방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귀기울여 듣고,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했던 것을 되묻고, 그러다가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담아 반응했던 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마디 말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가 오고갈 때 비로소 건강하고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회고가 일어났습니다. 올해도 진저티프로젝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그들의 목소리로 다가오는 변화를 함께 맞이할 텐데요. 그 모든 대화에 잘 설계된 질문보다 진심이 담긴 대화의 태도, 귀기울여 듣는 마음이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목적이 담긴 일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 '아이즈치'를 주고받을 수 있는 2023년이 되길 기대합니다. 📌이 곳을 여행하는 Tip *Tip 1. 공항으로 가는 관문인 아메요코의 식당들은 외국인 방문에 비교적 준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일본어를 못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한국어나 영어 메뉴판이 있기도 합니다. *Tip 2.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우에노를 방문하신다면 캐리어나 짐이 많을텐데요. 우에노역 개찰구 근처에는 넉넉한 규모의 코인라커가 있습니다. *Tip 3. 공항으로 가는 스카이라이너는 우에노역에서 출발합니다. 여행 마지막 코스로 저렴하고 다양한 기념품을 찾으신다면 아메요코를 들려보시길 추천합니다. 돈키호테도 이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