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은

숨겨진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키워내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아트 컬렉터에게 매료되었습니다.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다음 세대의 진짜 목소리,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능성을 찾아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연구하며 새로운 의미를 길어내는 나의 일이 컬렉터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 일은 누군가의 ‘변화와 성숙’을 고민하는 일입니다. 그 누군가는 우리의 일에 함께하는 참여자들이기도 하고, 내 동료들이기도 하고, 내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나 역시 내 가능성을 알아봐주고 키워준 진저티 덕분에 성숙할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을 키우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성숙을 돕는 실험을 지속하는 이유입니다.

가지런한 것을 보며 편안함을 느끼지만 호기심도 많아 새로운 도전과 모험에 끌립니다.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그룹을 연구하거나 다른 시각으로 관찰하는 것, 일반적인 연구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관점으로 주제에 접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수집해서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하는 일을 사랑합니다. 흩어진 조각들을 연결하고 구조화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때, 호기심에 불이 켜지고 몰입해서 찾아냈을 때 신이 납니다.

’부캐 부자’라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갖지는 못하지만, 사실 나는 지극한 내향인입니다. 조용하게 혼자있을 때 에너지가 채워집니다. 한적한 카페에서 묵상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할 때, 미술관을 가만히 걸으며 영감을 쌓을 때, (첫 일터였던) 고즈넉한 가회동 골목길을 홀로 산책하며 마음을 새롭게 할 때, 그런 때 바닥났던 에너지가 차오릅니다.